자영업을 하는 김봉삼(가명·55) 씨는 운영하는 가게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러던 어느 날 조용한 침실에서 냉장고 모터 소리와 비슷한 `웅웅~` 하는 소리를 경험했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소리는 이후 잠을 청할 수 없을 만큼 점차 크게 들렸고,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미쳐 최근 병원을 찾게 되었다. 김씨는 병원에서 `이명(耳鳴·tinnitus)`이라는 진단을 받고 검사 결과 청력에 큰 문제가 없다는 얘기를 듣고 안심했지만 가슴을 쓸어내렸다. 헬러와 베르만이 1953년 발표한 실험에 의하면 청력에 문제가 없는 건강한 사람들도 방음된 공간에 들어가면 90% 이상이 이명을 호소한다. 이명은 질병이 아니며 청각 계통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다. 임기정 고려대 안암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이명은 간혹 돌발성 난청, 메니에르병과 같은 귀 질환에서 나타나기도 하지만 과도한 정신적 스트레스나 과로 이후에 몸의 항상성이 깨지면서 생긴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이명으로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은 사람이 30만9000여 명(2015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기준)에 불과하지만 실제로 수백만 명이 이명을 경험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명은 여성이 남성보다 많고 연령대별로 보면 60대 이상이 절반 넘게 차지한다. 최근 들어 20·30대 젊은 환자도 약 5만명에 달할 정도로 증가 추세다. 젊은 층의 이명은 생활소음, 그중에서도 이어폰 사용과 관련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소음이 심한 지하철에서 이어폰 사용은 청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이명은 외부 소리의 자극과는 관계없이 한쪽 또는 양쪽에서 원치 않는 소리가 난다고 호소하는 증상이다. 대개 난청, 현기증, 이충만감(귀에 뭐가 가득 차 있는 느낌), 이통(귀통증) 등의 증상과 두통이 동반되기도 한다. 인구의 약 15%에서 5분 이상 지속되는 이명을 경험하며 수면에 심한 장애를 주는 중등도 이상의 이명은 약 8%, 일상생활에 극심한 지장을 주는 경우는 약 1%에 이른다. 심하면 우울증으로 악화되기도 한다.
이명의 원인은 청력 소실로 인한 난청이 가장 많으며, 이 밖에 혈관성 이명, 근육성 이명이나 교통사고, 메니에르병 같은 귀압, 복용하는 약, 종양 등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이명이 발생한다. 특히 의약품 가운데 아스피린, 항생제, 항염제, 항우울제, 진정제 등 약 200개의 일반·전문의약품은 부작용으로 이명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고혈압, 심혈관질환, 순환기 이상, 빈혈, 알레르기, 갑상샘 기능 저하증, 당뇨병 등과 같은 질환이 있을 때에도 이명이 발생할 수 있다.
이명은 대부분 높은 음역대의 청력 소실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라디오, 텔레비전 등 기판이 고장나면 지직거리듯이 청각세포가 손상되면 이명이 나타난다. 신경의 노화로 발생하는 `노인성 난청`이나 소음에 의한 `소음성 난청`이 그렇다. 노인성 난청은 벌레소리, 바람소리처럼 길게 유지되는 소리가 많다. 40·50대 이후의 중년층에서 갑자기 이명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는 고음에서 난청이 시작되는 징후일 수 있다.
난청으로 인한 이명은 정확한 검사를 통해 어느 부분에서 이명이 나타나고 청력 소실이 나타나는지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임기정 교수는 "늙어 보여서 싫다는 이유로 보청기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보청기를 착용해 청력을 개선하면 이명도 개선되므로 매우 효과적인 치료"라고 밝혔다. 귀에서 쿵쾅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린다면 혈관성 이명이나 근육성 이명을 의심해 볼 수 있다.
혈관성 이명은 귀 주변을 지나가는 경정맥, 경동맥에서 피가 혈관을 지나가는 소리나 맥박이 뛰는 소리가 귀에 전달되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 목을 두르거나 목을 돌리면 소음이 사라지는 게 대부분이다. 혈관성 이명은 정확한 검사를 통해 확인하는 게 중요한데, 심하면 MRI나 혈관조영술을 통해 위험한 요인이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스트레스로 인한 근육의 떨림이 들리는 근육성 이명 역시 쿵쾅쿵쾅 소리가 나거나 근육이 부들부들 떨리는 소리가 기관총 소리처럼 따다다다 들린다.
이 경우 근육을 이완하고 근육이완제나 두통약을 쓰면 증상이 나아지기도 한다. 이명이 있어서 병원에 갔는데도 이상이 없다고 진단이 나올 때도 있다. 하지만 고음이 약간 떨어져 있어도 청력 자체가 25㏈보다 나으면 정상으로 진단한다. 따라서 증상을 의사에게 정확히 얘기하고 주파수별 청력검사를 정확히 하는 것이 좋다. 만약 청력 소실이 있는 경우 보청기를 사용하면 도움이 된다.
보청기가 도움을 주지 못하거나 고음역 난청이 심하면 중이 임플란트 수술을 하기도 한다. 중이 임플란트 시술은 고막 안쪽 이소골에 기계를 달아서 청력을 개선하는 방법이다.
이 밖에 이명 환자의 수면을 위해서 이명 약물요법을 사용한다. 우울증, 항불안제제 중 약한 약들을 사용하거나 멜라토닌 같은 수면 유도제를 통한 호르몬 요법을 실시한다. 이명은 과도한 예민성, 불안감, 불면 등을 잘 치료하면 효과적인 제어가 가능하기 때문에 불면이 있는 환자라면 이러한 치료요법이 효과를 볼 수 있다.
스트레스가 많아 불면이 오면 이명이 심해진다. 이명을 느끼는 민감도가 증가하고 같은 소리라도 더 크게 들린다. 웬만한 이명이 있어도 청력검사에서 이상이 없다면 `내 몸이 요즘 피곤해 이명이 나타나는구나`라고 느긋하게 생각하고 잠시 쉬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휴식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 충분한 검사를 통해서도 이상이 없다고 나온다면 신경 쓰지 않도록 노력하고 불필요한 자극을 피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명은 당뇨, 고혈압과 마찬가지로 조절하면서 지내는 병이다. 사실 청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신경이 망가지는 것을 의미하고, 한번 소실된 신경은 죽을 때까지 다시 살아나지 않는다.
이명을 줄이려면 우선 큰 소리와 잡음에 노출되는 일은 피하는 게 좋다. 하지만 지나치게 조용한 상태를 피하고 녹음기, 라디오 등을 희미하게 들릴 정도로 켜 놓는다. 심현준 을지대 을지병원 이명클리닉 교수는 "외부와 차단돼 있는 조용한 환경을 피해야 하는데, 이때 어느 정도의 환경음이 존재하는 게 치료에 도움이 된다"며 "또한 혈액순환 개선을 위해 꾸준한 운동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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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min | 2020-02-06 12:08 | 179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