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06 01:13 | 2234 |
사실 이 질병은 아직 그 실체조차 밝혀지지 않았으며, 의학서나 학회 등에서 잘 거론되지도 않는다. 그래서 많은 이비인후과 의사들도 이 질병을 ‘증상이 비슷한 다른 질병’으로 진단하기도 한다. 게다가 이 질병은 검사 수치에 이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진단 내리기도 까다롭다.
“서양의학을 신용하는 대부분의 의사는 이상 수치가 나오지 않으면 이 환자는 건강하다고 진단한다. 따라서 증상을 호소해도 ‘아무 문제없다’ ‘원인불명’ ‘기분 탓’ ‘지나치게 신경 쓰지 않도록’이라는 말만 들을 뿐 더 이상의 진료는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분 탓’이라는 말을 들었다면 그래도 괜찮은 편이다. ‘심료내과에는 가보셨나요?’라고 하며 심료내과 혹은 정신과 진찰을 권유하거나 실제로 우울증이라고 오진하여 항우울제를 처방하는 경우도 있다.”
하기노 원장은 “실제로 이관개방증에 걸리면 자율신경실조증(의지와 무관하게 몸의 기능을 조절하는 자율신경이 교란되면서 생기는 증상)과 같은 부정수소(뚜렷하게 어디가 아프거나 병이 있지도 않으면서 병적 증상을 호소하는 것)가 병발하는 경우가 많아서 우울증으로 오진하기 쉽기 때문”이라면서 “하지만 애초에 우울증이 아니기 때문에 항우울제를 먹어도 증세는 낫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오히려 약 때문에 증상이 악화될 위험만 커진다는 것.
그러면서 그는 두 가지 사례를 소개했다.
“17세 소녀가 정신병원에 다니다가 나를 찾아왔다. 아마도 그 소녀는 자신에게 나타난 증상 때문에 힘들다고 솔직하게 의사에게 털어놓았던 모양이다. 소녀가 호소한 중상은 바람도 불지 않는데 바람소리가 윙윙 들린다는 것이었다. 이관개방증의 증상 중 하나가 이렇게 자신이 호흡하는 소리가 굉음처럼 울려서 들리는 것이다.
소녀는 그것이 이관개방증 증상인 줄 모르고 의사에게 호소했지만 이비인후과에서는 진단을 내릴 수 없었고, 정신과 의사가 환청이라고 판단하여 결국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그렇게 입원 치료를 받다가 마침내 나를 찾아온 것이다.
나는 이관개방증이라고 진단을 하고 치료를 시작했다. 그러자 1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치료 효과가 나타났으며, 그 소녀는 정신병원에서 바로 퇴원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이 소녀처럼 환청이라는 오진을 받고 정신과에 입원했던 남성도 나를 찾아왔다.
이렇게 입원까지 하는 것은 극단적인 경우이지만 우울증으로 잘못 알고 항우울제를 처방 받은 사람은 상당수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한 채(즉, 올바른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이 질병으로 고생하고 있다.
검사 수치에 이상이 나타나지 않아 ‘이상 없음’ ‘원인불명’ ‘기분 탓’이라는 말을 듣지만 환자에게는 위로가 되지 않는다. 그런 진단을 받아도 막상 환자의 증상은 더 나아지지도 사라지지도 않기 때문이다. 설령 검사 수치에 이상이 발견되어 치료를 시작해도 대부분의 경우 증상이 거의 호전되지 않는다.”
하기노 원장은 “대학병원에서 이관개방증이라고 진단을 받으면 ‘이 병은 치료할 수 없습니다’라는 말을 많이 들을 것”이라면서 “이것이 서양의학의 공식적인 견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 경우 대학병원에서는 대증요법(증상을 경감하기 위한 치료법)적인 치료를 하지만, 일시적으로 증상을 경감시킬 뿐 근본적인 치료는 되지 않는다는 것.
“대증요법으로 치료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좋아지는 사람이 일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어떤 치료를 받아도 잘 낫지 않는다. 게다가 증상도 고통스러워 정신적으로 지 치는 경우도 많다. 앞서 우울증으로 오진을 받는 경우도 많다고 했는데 안타깝게도 이관개방증의 증상이 너무 고통스러워 실제로 우울증에 걸리는 사람도 있다. 고통스러운 증상 때문에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게 되어 은둔하는 경향이 심해지므로 결국 더욱 우울해지는 것이다.”
사정이 이쯤 되면 이관개방증이 얼마나 까다로운 병인지 조금은 이해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일본에서는 이관개방증 때문에 고생하는 많은 환자들이 인터넷 검색을 통해 하기노 원장을 찾아간다고. 다행히 하기노이비인후과에서 치료를 받은 이관개방증 환자 중 대다수는 증상이 어느 정도 개선되었다고 한다.